영화

방황하는 칼날 (2014)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4. 29. 18:18

 


방황하는 칼날 (2014)

7.3
감독
이정호
출연
정재영, 이성민, 서준영, 이수빈, 이주승
정보
스릴러 | 한국 | 122 분 | 2014-04-10
글쓴이 평점  

 

 

이상현(정재영)은 방직공장에서 매일같이 열심히 일을 하는 한 아이의 아버지이고

지극히 평범한 소시민이다.

그의 아내는 몇 년 전 병으로 죽어 이제 그에게 가족이란 중학생 여자아이 수진(이수빈) 하나뿐이다.

상현은 아내를 잃은 슬픔과 방직 공장에서의 바쁜 일 때문에

수진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

사춘기 수진은 아빠를 이해는 하지만 자신에게 소홀하고 매번 약속을 어기는 아빠가 짜증스럽다.

회식으로 인해 아이와의 약속을 어긴 상현은 아이에게 적잖게 미안함을 느낀다.

속 쓰린 아침 수진은 아침도 거른 채 등교하게 되고

그런 수진을 보는 상현은 괜스레 미안해짐을 느낀다.

하지만 그것이 마지막으로 본 수진의 얼굴이었다.

그날 저녁 또 야근으로 인해 늦어진 퇴근

집에 들어오니 수진은 아직 귀가하지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는다.

밤을 새운 다음 날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고

수진은 동네 폐 목욕탕에서 강간을 당한 채 시체로 발견된다.

그 목욕탕은 동네 불량청소년들의 아지트였고

그 청소년들에 의해 수진은 강간과 살해를 당했다.

수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상현은 하염없이 경찰서에 앉아 있는다.

매번 그날 약속을 어긴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 괴로워한다.

그때 의문의 문자를 받게 되고 범인의 집을 알게 된다.

범인의 집에 있는 수십 장의 강간 동영상에서

자신의 딸을 발견하게 되는 찰나

범인과 조우하게 되는데 범인은 자신의 딸과 비슷한 또래의 남자아이였고

분노가 치밀어 오른 상현은 충동적으로 그 아이를 살해하게 된다.

이제 상현은 남은 공범을 잡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던져버리는 추격을 시작한다.

비극으로 치닫는 추격은 어떠한 결말을 이끌어 갈지는 영화를 보시길..

 

이 영화는 꼭 청소년 범죄라는 포장을 씌웠지만 실제로는 피의자와 피해자 간에

법적 보호는 누가 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실제로 청소년 범죄, 성범죄에 관해 피해자보다 피의자가 법적 보호를 받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정말 아이러니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이 영화처럼 살해를 당한 아이의 부모보다 살해한 청소년이 더 공권력에 보호를 받는 것처럼 말이다.

이 영화를 보면 [미술관 옆 동물원],[집으로]로 유명한 이정향 감독의 연출

송혜교의 주연인 [오늘]이 생각이 난다.

 

[방황하는 칼날]과 [오늘]은 같은 얼개의 영화다.

두 영화 모두 청소년 범죄에 관한 피해자보다 피의자를 보호하는 법에 대해 고찰하는 영화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오늘]을 보기를 추천한다.

 

영화상에 이상현 즉 피해자의 가족은 법적으로 어떤 보호를 받는 것인가?

자신의 하나뿐인 딸이 죽었지만 아버지인 상현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게다가 청소년 범죄이기에 죄값을 제대로 받지도 않는다.

경찰은 가만히 있을 도리밖에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 범인의 소재를 파악하고 분노에 못 이겨 살인까지 저지른다.

살인을 저지른 것은 잘못이지만 과연 법은 피해자가 납득할 정도로

피의자를 제대로 처벌할 수 있는 것일까?

 

처벌을 한다쳐도 그렇다면 피해자들이 겪는 지옥 같은 삶은 어떻게 책임질 수 있는 것일까?

법은 만인에게 평등한 것은 절대 아님을 알고 있지만

피해자에겐 너무 가혹하게 불평등으로 대한다.

 

영화 중간에 장억관 형사 (이성민)이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이 뇌리에 박힌다.

"죄를 저지르는 데 청소년, 성인이 어딨냐? 죄를 저지르면 전부 개새끼고 죄인인거야"

이 영화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이야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영화가 관객에게 주는 메세지에 대한 해석은

각자 관객의 역량에 맞게 받아들 일 수 있게 열어두었다.

 

하지만 감독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듯하다.

감독은 시종일관 중립적인 태도로 청소년 피의자의 권리와

피해자의 권리를 중용의 태도로 담담하게 보여주는 듯 하지만

사실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상현의 씬을 슬로우로 걸면서 피해자의 감정을

디테일하게 보여줌으로써 피해자의 권리에 대해 손을 들어주는 듯하다.

과연 그렇다면 청소년 피의자를 무조건적으로 지켜주는 것이 맞는 것일까?

현행법상 청소년이 저지른 불법에 관해서는 상당히 관대하다.

 

물론 청소년들이 자아가 제대로 성장하지 않아서 어느 정도 보호를 받아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청소년의 자아를 제대로 성장시키기 위해서 가정교육, 학교교육이 필수다

 

그런데 핵가족화의 심화, 편부 편모 가정의 증가, 학교 교사의 교권 추락 등 

청소년에게 제대로 된 도덕과 윤리를 가르치기에 한없이 부족한 환경이다.

 

그렇다면 청소년 범죄가 늘어가고 청소년들의 뻔뻔한 범죄 후의 반응은 누구의 잘못이란 것인가?

그로 인해 벌어지는 범죄 피해자는 누가 책임지는 것인가?

바로 국가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국가가 나서서 청소년 범죄를 발 벗고 나서서 감소시킬 만한 법을 개정하고

피의자는 제대로 된 처벌을

피해자는 제대로 된 보호와 보상을

법적으로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감을 느꼈다.

그 긴장감의 정체가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그건 바로 '분노'라는 감정이었다.

피해자가 결국은 피의자가 되어 버리는 것에 대해

불쾌한 분노가 긴장감으로 작용했다.

 

 

이 영화는 초반부의 서스펜스적인 긴장감과 속도감을 후반부까지 이어가지 못해

약간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게다가 후반부의 지나친 슬로우씬은 지루하기까지 하다.

 

 

그래도 이 영화가 재미있었던 것은 역시 영화가 주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이다.

좋은 컨텐츠(영화, 소설, 만화 등등)은 보는 사람들을 하여금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영화는 충분히 그것에 충실한 영화였다.

 

 

사실 장진의 페르소나 인 정재영이라는 배우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만큼은 정재영이라는 배우의 연기는 최고였다.

그에 비해 이성민의 씬의 집중도가 떨어져

이성민이라는 배우의 제대로 된 연기를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조금은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장소의 선택은 완벽했다.

청소년의 범죄, 피해자와 피의자, 흑과 백

대부분의 씬에서 나오는 눈은 여러가지로 해석되어 질 수 있다.

이상현이 걸어갔던 차가운 그 눈은 복수, 사랑, 슬픔, 고난등을 보여주는 가혹한 차가움과

자식의 사랑을 위한 하얗고 순수한 분노, 결국은 용서라고 생각된다.

 

청소년 피의자인 조두식 (이주승)에게 눈은 자신의 내면의 피난처 혹은 재대로 정립되지 않은

청소년의 어설픈 자아, 죄의식 같은 것이리라....

 

 

대한민국 영화의 힘은 역시 콘텐츠에 있다.

저번 주에 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의 화려함에 비할 바는 전혀 아니다.

하지만 가슴의 울림과 생각하게 하는 힘은 이 영화 [방황하는 칼날]의 승리다.

이 영화 충분히 좋은 컨텐츠와 연출력, 그리고 배테랑 배우들의 연기는

보는 이에 마음의 파장을 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한줄 평을 하자면

주제에 걸맞는 심각함에서 오는 심각한 재미

 

 

By 신삼리술돌이

 

PS: 세월호 피해자들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법적인 보호를 해줘야 한다.

영화와의 내용은 다르지만 비슷한 모습도 충분히 있다.

지금 피해자 가족들에 대해 국가는 충분히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않다.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더 이상의 미래란 것은 없다.

그런 부모들에게 그런 가족들에게 국가란 도대체 무엇을 해준다는 말인가?

피해자가 보호를 받고 피의자가 처벌을 받는

공정한 국가, 사회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가족을 잃은 슬픔의 고통 속에 있는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부디 그 상처가 더 벌어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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